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

나는 솔직히 좀 느린 사람입니다.

몸도 그렇게 튼튼하지 않습니다. 체력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못 된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. 그래서 "열심히 하면 돼"라는 말이 점점 공허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. 나한테는 그게 답이 아닌 것 같았으니까요.

그럼 나한테 맞는 방법은 뭘까, 한동안 그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.

그러다 어느 날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.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? 노동으로 시간을 파는 게 아니라, 반대로 돈을 써서 시간을 사는 겁니다.

전제를 두 가지로 잡았습니다. 기준은 최저임금, 그리고 수단은 배당금입니다.

내 시간의 가치가 최저임금보다야 당연히 높다고 생각하고 싶지만, 일단 겸손하게 그걸 기준선으로 삼았습니다. 그리고 배당금으로 시간을 산다는 게 왜 매력적이냐면, 근로소득은 쓰면 없어지는데 배당금은 원금이 살아있는 한 계속 나오기 때문입니다. 무한 동력처럼, 한번 궤도에 오르면 계속 돌아가는 구조입니다.

숫자로 정리해봤습니다.

연간 배당금이 8만 원이면 하루를 산 셈이고, 40만 원이면 일주일, 200만 원이면 한 달을 산 것과 같습니다. 그렇다면 2,400만 원이면 최저임금 기준으로 꼬박 일 년치 시간을 번 것입니다.

처음엔 이 계산이 그냥 숫자놀음처럼 느껴졌습니다. 2,400만 원이라는 배당금을 만들려면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생각하면, 뭔가 까마득하고 현실감이 없었습니다.

그런데 작년에 짧게 배달 라이더를 직접 해봤습니다.

몇 시간 뛰어봤는데, 시간당 만 원을 채우는 게 생각보다 훨씬 빡셌습니다. 날씨도 변수고, 콜도 변수고, 몸 상태도 변수였습니다.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. 그 경험이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.

그때부터 배당금 숫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.

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해서 배당금을 조금씩 쌓아가는 일이, 막연한 재테크가 아니라 진짜 내 시간을 지키는 방법이라는 게 몸으로 느껴졌습니다.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작은 배당금 하나가, 내가 몸으로 때워야 했을 하루를 대신해준다는 뜻이니까요.

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금융소득이 노동소득을 넘어서는 날이 오는 겁니다. 그게 진짜 경제적 자유라고 생각합니다.

근데 생각해보면,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 자체도 꽤 재미있습니다. 배당금이 조금씩 늘어날 때마다, 내가 산 시간이 하루, 이틀, 일주일로 불어나는 걸 지켜보는 게 묘하게 설렙니다. 게임에서 캐릭터 레벨이 오르는 것처럼, 숫자가 쌓여가는 걸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미가 됩니다. 그 기대감이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요.

만약 배당금만으로 최저임금 기준 일 년치 시간을 살 수 있게 된다면, 그게 바로 경제적 자유의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.

완전한 자유까지는 아직 멀겠지만, 그 첫 단추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삶이 꽤 달라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. 시간을 팔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하나씩 늘어나는 것, 저는 그 방향으로 천천히 걷고 싶습니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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